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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커뮤니티 사이트의 지존으로 자리잡은 디시인사이드를 모르는 네티즌들은 없다.

하지만 자매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노트북인사이드(www.nbinside.com인데 현재 링크깨짐)는 인지도가 디씨에 비해 부족했고 - 그렇다고 작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노트북인사이드(줄여서 "노인")는 말 그대로 노트북 사용자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대한민국 인터넷 하위 문화의 선두주자였던 김유식이 디씨와 함께 개설했는데, 우후죽순 들어선 커뮤니티 사이트에 차이고 차이다가 결국 2011년경 폐쇄되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노트북인사이드가 김유식의 주력 사이트였고, 디시인사이드는 보조 사이트였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유행하면서 디씨에 올라온 온갖 사진들 덕분에 콘텐츠가 핵분열하듯이 재생산됐고, 결국 디씨가 주력 사이트가 되었다.



개설 초기(2001년)의 노트북인사이드(이하 노인) 홈페이지 대문.

처음에는 도메인이 www.notebookinside.com이었고 "김유식의 NotebookInside"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웹 표준"이라는 게 없었던 시절, 대부분의 대형 사이트들은 저렇게 프레임을 만드는 걸 선호했다.



2003년경 nbinside.com으로 변신한 노인 캡쳐화면.

도메인이 간결하게 압축되었고 익숙한 nbinside.com 로고가 등장했다.

이런 형태의 인터페이스가 사이트 폐쇄 무렵까지 지속되었다.



사이트 폐쇄 무렵의 캡쳐화면.

프레임이 사라지고 웹표준을 준수했지만, 예전에 비해 콘텐츠가 부실해졌다.



한때 노인 장터게시판은 지금 중고나라 못지 않을 정도로 매물이 많이 올라왔다.

2000년대 초반은 블로그가 자리잡기 전이라서 노트북 리뷰들은 노인의 "유저 사용기", "유저 구입기"에서 확인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유저 사용기에 올라왔던 한 게시물 때문에 횡재했던 적이 있다.

어떤 유저가 센스600의 펜티엄MMX 233MHz CPU를 AMD K6-2 400MHz로 교체 성공기를 올렸는데, 엄청난 히트를 쳤다.

덕분에 헐값의 MMX 노트북이 펜티엄2급으로 변신했다. 



2003년경 "노트북 팝니다" 게시판에 올라왔던 게시글들.

지금은 퇴물이 된 펜티엄3 노트북이 무려 100만원대 초반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세가 많이 위축된 "용팔이(용산 노트북가게 업자들을 지칭함)"들도 이곳 게시판에 시가보다 비싸게 매물을 올려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



노인도 디씨처럼 익명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중고나라 이상으로 사기꾼들이 설쳤다.

노인이 지금까지 살아 있더라도 사기 취약성 때문에 중고장터 게시판은 폭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위 게시물의 주의사항은 유효하다.



팝니다 게시판 못지않게 "그냥 드립니다" 게시판도 꽤나 활성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위 캡쳐화면의 17인치 LCD 드린다는 게시물은 장난인 듯하다.

요즘은 17인치 LCD 모니터를 그냥 준다 해도 안 가져가지만 2005년에는 중고제품도 수십만원을 호가했다.



댓글놀이가 유행했던 시절.

지금도 디씨의 네티켓은 저급한 수준이지만, 노인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김유식을 비롯한 운영진들은 꽤나 유용한 노트북 팁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올려주었다.

물론 위 게시물들 상당수는 요즘 컴퓨팅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

(하드디스크를 포맷하지 않고 윈도우를 재설치하는 방법은 윈도우95, 98 시절에나 통한다)


노인은 비록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한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컸던 IT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안타깝게도 노인이 폐쇄되면서 수많은 디지털 문화유산들도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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